티스토리 뷰
목차
영화 '아름다운 시절' 소개 및 정보
이광모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연출작으로 1988년에 개봉하였습니다. 본인의 시나리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에서 직접 제작하고 스스로 연출하여 완성한 영화입니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서정적인 영상에 담은 영화로 감독의 완벽주의적 면모가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고, 도쿄 국제 영화제 금상,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춘사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기획상 등 3개 부문,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 하오이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데살로니키 국제영화제 예술공헌상 등을 수상하며 1988년 국내외 각종 영화제를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의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12세 소년이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아름답고 진솔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영화의 줄거리 요약
한국전쟁이 끝을 향해가던 시절. 성민의 집에 창희네가 세 들어옵니다. 미군 장교와 사귀는 성민의 큰누나 영숙의 덕에 성민의 아버지 최 씨는 미군 부대에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최 씨가 일자리를 얻자 성민네 집은 형편이 날로 좋아졌지만, 성민네 아랫채 방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창희의 어머니 안성댁은 의용군에 끌려간 남편을 2년째 기다리며 어린 두 자녀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가난에 찌들어 어렵게 살고 있는 안성댁을 보다 못한 최 씨는 그녀에게 미군의 속옷들을 빨래해 주는 세탁 일을 소개해줍니다. 그러나 형편이 나아지기도 전에 미군의 속옷 빨래들을 모조리 도둑맞게 되고, 빨래를 잃어버린 대가로 미군 하사로부터 동구 밖 버려진 방앗간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을 협박받습니다. 한편 재미있는 놀이거리를 찾아 온 동네를 돌아다니던 성민과 창희는 방앗간이 미군과 양공주들의 정사 장소임을 알게 됩니다. 12살 소년의 호기심으로 방앗간을 훔쳐보게 된 성민과 창희는 우연히 안성댁이 미군 하사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성민과 창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방앗간은 원인 모를 불길에 휩싸이고 창희는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립니다. 창희가 실종된 이듬해 여름에 부패한 시체 하나가 떠오릅니다. 아이들은 언덕 위에 작은 봉분을 만들어 줍니다. 휴전이 되자 죽은 줄 알았던 창희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오고, 성민의 누나는 미군의 아이를 임신한 채 버림을 받습니다. 부모와 함께 마을을 떠나게 된 성민은 먼저 마을을 떠난 창희가 어디엔가 살아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습니다.
성찰하듯 써 내려간 슬픈 시절의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시절'은 문민정부가 탄생한 이후 이전보다 자유로워진 창작 환경에서 나온 작품으로 6.25 전쟁의 상처를 남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시도하였습니다. 역사의 격동적 현장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우리의 오래전 아버지 어머니가 살았던 그 시절 그 상황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작은 마을의 시골 풍경 위에 작가의 완벽주의적 면모가 빛나는 연출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시절 그 모습들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들과 대비하여 더욱 애잔하고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라는 노랫말처럼 구슬픈 감정들이 마음에 스며들듯 다가옵니다. 비극적인 전쟁 상황으로 인해 아름답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도 역시 전장과 다름없는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람들의 몸부림이 있고 그로 인한 지울 수 없는 아픈 상처들이 발생합니다. 자연이 시간에 따라 아름답게 변하듯이 그들의 삶의 터전도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자연과 같이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 테지만, 그 변화의 모습들을 영화는 성찰적 시선으로 담담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극적 상황은 천진난만한 12살 아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른들의 상처는 또 한동안 다음 세대에게 어쩔 수 없이 대물림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삶은 또 계속됩니다. 살아남은 자는 다시 또 희망을 품고 다음 여행을 떠나는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감독이 지독히 고집적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롱테이크로 담아낸 이유도 이 삶의 끈질긴 계속성을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서정적인 그 시절의 롱테이크 풍광 속에서 한국의 깊은 정서와 삶의 애절함을 느껴보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성찰하듯 써 내려간 슬픈 시절의 이야기가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담담히 그려지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영화, 아름다운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