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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영화 소개 및 줄거리
"18년간 군림하던 절대 권력이 사망했다. 그러나 희망찬 새 시대는 오지 않았고 권력의 빈틈을 노리는 자들은 더 짙은 어둠을 몰고 왔다. 그 해 겨울, 철저히 감춰졌던 이야기다." 영화의 오프닝은 이 우울하고도 의미심장한 자막으로 시작합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0월 26일 10.26 사건부터 12월 14일 12.12 군사반란의 직후까지의 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23년 11월에 개봉한 영화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엄청난 흥행을 이루었습니다.
영화는 육군본부에서 시작합니다. 육군본부 교육참모부 차장인 이태신(정우성)은 무슨 일인지 모른 채 육군본부에 도착합니다. 잠시 후 최한규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알리고 비상국무회의를 개최합니다. 비상국무회의 의결로 계엄령이 선포되고 계엄사령관으로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 대장이 임명됩니다. 계엄법에 따라 국군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소장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해 대통령 시해 사건을 조사하게 합니다. 권력의 공백으로 대통령경호실과 중앙정보부가 기능이 약해지자 전두광이 권력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게 됩니다. 정 총장은 이런 전두광과 그의 사조직인 하나회를 겨냥하여 경고성 발언을 하고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에 전두광을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인 이태신을 임명합니다. 또한 하나회를 견제하기 위해 국방부장관에게 하나회의 핵심인물인 전두광, 노태건을 좌천시킬 것을 건의합니다. 하지만 이미 국방부장관은 하나회에게 뇌물을 받은 상태였고 전두광에게 이 소식이 전해집니다. 이에 전두광은 노태건 소장을 설득하고 하나회 회원들과 선배 장성들을 불러 모아 계엄사령관 체포 계획을 도모하고 대통령의 허락만 받으면 성공이 가능하다며 자신의 계획을 따를 것을 종용합니다. 이들은 12월 12일을 거사일로 정하고 자신들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인물인 이태신, 육군특수전사령관, 육군 헌병감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 자신의 좌천을 핑계로 연회를 열어 이들을 초대합니다. 마침내 12월 12일 작전명 '생일잔치'는 계획대로 진행되고야 맙니다. 계엄사령관 납치가 총격전 끝에 억지로 이루어지는 한편, 전두광은 국무총리 공간에서 대통령 재가를 받으려 시도합니다. 하지만 최한규 권한대행은 국방장관과 함께 정식 절차를 거치라는 말로 거부합니다. 총격전에 놀란 국방부장관은 잠옷 차림으로 급하게 도망을 가버립니다. 반란군의 본격적 서울진입 작전이 시작되고 이에 이태신은 마지막 진입로인 행주대교를 막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모든 군사 정보는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쥐고 있었고 결국 반란군이 먼저 서울 진입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태신은 마지막 방법으로 수경사 야포단을 동원하여 발포하겠다며 대치를 이어갔으나, 국방부 장관의 명령으로 이태신은 직위해제가 되어 버립니다. 이태신은 끝까지 홀로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을 헤치며 전두광에게 다가가고 '넌 군인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자격이 없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체포됩니다. 반란에 성공한 하나회는 국방부장관을 앞세워 마침내 대통령 재가를 받는 데 성공하고 1979년 12월 14일 반란군 지휘부는 단체 사진을 찍으며 성공을 자축합니다.
영화의 단체사진이 실제 사진이 되는 순간의 씁쓸함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반란군 지휘부는 반란의 성공을 자축하며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모두 앞으로 펼쳐질 자신들 시대의 서막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반란군의 핵심 인물들이 한 명씩 한 명씩 클로즈업되면서 그들의 이후 행적과 이력들이 자막으로 함께 보입니다. 이 자막의 내용은 실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인물들의 실제 이력으로 연출되었으며, 전두광과 노태건의 이력에는 더 굵고 커다란 글씨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가 민중에 의해서가 아니라, 또다시 권력을 찬탈한 군인들에게 대물림되었던 역사의 아이러니를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됩니다. 이후 하나회 인사들의 실제 사진이 등장하며 '전선을 간다'라는 노랫말이 울려 퍼지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처절한 한과 우울한 분위기가 서린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전두광과 신군부가 일으킨 군사반란의 성공과 대비하여 끝까지 저항한 군인들에게 닥친 이후의 고난이 다시 한번 우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민주주의의 도래를 희망하며 '서울의 봄'을 꿈꾸었던 민중의 염원이 신군부에 의해 저렇게도 어이없이 며칠 만에 짓밟히며 우습게 찬탈되었던 역사적 현실이 다가옵니다. 이렇게 우리는 너무도 씁쓸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빠져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작품의 몰입감을 높인 완급조절과 배우의 연기력
영화 '서울의 봄'은 어느 쪽의 편을 들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신파적 요소를 배제하였기에 감정이 한쪽으로 과잉되는 장면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된 소재의 특성상 관객들은 자기 나름의 역사에 대한 안목으로 깊은 개인적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는 이야기이고 관객들 나름의 역사적 판단이 이미 개입되어 있는 내용이기에 이야기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역량이었다고 평가할만 합니다. 잘 알려진 역사적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적절한 완급조절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성공하였기에 관객들은 순간순간의 장면에 몰입하게 되었고 호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대략적으로는 모두 알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을 영리하게 편집하였습니다. 끊임없이 사건들을 발생시키고 인물 간의 갈등을 대치하며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예를 들면, 무전이나 전화기로 협상을 위한 의사소통을 진행하는 모습은 지루하고 단순할 수 있었지만 아주 신선하게 편집하여 속도감을 유지하였습니다. 대규모 부대를 이동하기 전의 분위기와 상사의 명령과 부하의 복종과 부대의 요청과 부대의 승인의 과정이 현실성 있는 모습으로 급박하게 그려집니다. 무조건적인 복종을 해야 하는 군인의 본분과 전투의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히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군인의 중요한 결단이 충돌하는 지점이 아주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템포의 강약조절이 잘 이루어지고, 관객이 느끼는 답답함과 안도감의 균형이 조화롭게 짜여 있어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각 배우들은 역사적 실존 인물들을 똑같이 재현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개성적으로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 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관객이 느끼기에 원만한 수준에서 현명하게 실존 인물에 대한 설득력을 높인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황정민이 연기하는 전두광은 기존의 다른 배우들이 연기한 해석과 다른 특유의 황정민만의 분위기를 창조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전두광은 황정민스럽게 변모했지만 충분히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을 만큼 적절하여 신선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도 전두광의 교활하고 변화무쌍한 성질과 대비되는 우직하고 뚜렷한 신념의 성질을 갖추는 데 멋지게 성공하여 영화 내내 전두광에 대비되는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