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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하사탕' 소개 및 정보
이창동 감독, 설경구, 문소리 주연의 작품으로 2000년 개봉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당시 서울 관객기준 29만 명을 동원하여 흥행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설경구는 37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 29회 영평상 신인상 등과 21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만큼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배우 설경구의 탁월하고 강렬한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영화자체도 대종상 영화제에서 5개 부문에서 수상하고, 칸 영화제 감독주간을 비롯한 여러 국제무대에 진출하며 이창동 감독을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알린 작품이 되었습니다. 결말에서부터 열차를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전개가 독특한 플롯을 짜고 있습니다. 2000년 최고의 한국영화로 평가받고 있으며, 영화에서 영호가 철도에 뛰어들어 외치는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대사는 지금도 한국 영화상 인상 깊은 장면의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원래 소설가인 감독의 탁월한 연출 능력이 돋보이는 명작입니다.
각 챕터별 줄거리 소개 및 전체적 감상
영화는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영호가 철도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1999년부터 영호가 순임을 좋아하게 된 1979년까지 20년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간략히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챕터 1. 야유회.
영호는 가리봉 봉우회 야유회 장소에 나타납니다. 이곳은 20년 전 영호가 소풍을 왔던 장소로 첫사랑 순임과의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동창생들이 춤판을 벌이며 놀고 있는 곳으로 간 영호는 비틀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를 알아본 동창들은 영호에게 연락이 안 됐었다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영호는 괜찮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야유회 분위기는 안 좋아지고 영호는 내가 노래 하나 하겠다며 마이크를 잡고 '나 어떡해'를 부릅니다. 절규하듯 부르는 영호의 노래에 친구들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냉담히 바라보고 마이크를 뺏어 버립니다. 이어지는 노래에 영호는 난동에 가까운 춤을 추고 갑자기 미친 듯이 뛰어다니다가 철로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열차가 무섭게 다가오자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며 열차에 몸을 맡깁니다.
챕터 2. 사진기.
영호는 IMF로 모든 것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돕니다. 어렵사리 구한 권총 한 정으로 자살하려 했으나 불발이 되어 자살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찾아가 죽이려 하지만 실패하고, 경찰을 피해 차를 버리고 도망갑니다. 이혼한 아내의 집을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그날 밤 자신의 거처에서 의문의 사내를 만납니다. 사내는 자신을 순임의 남편이라고 밝히고, 순임이 영호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합니다. 영호는 순임을 기억해 내고 함께 순임이 있는 병원에 가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순임을 만나게 됩니다. 영호는 시장에서 사 온 박하사탕이 담긴 유리병을 보여주며 '예전에 군대 있을 때 당신이 보내줬던 박하사탕들을 지금까지 모아 왔다.'라고 말합니다. 순임의 눈에선 눈물이 한 방울 나오고 순임의 남편은 순임이 전해달라고 했다는 오래된 사진기를 영호에게 건넵니다. 그러나 영호는 상가에서 사진기를 단돈 4만 원에 팔아치워 버리고 사진기 속에서 나온 필름마저도 가로등 빛에 노출시켜 망가뜨려 버리고 오열합니다.
챕터 3. 삶은 아름답다.
가구점 사장 영호는 아내 홍자가 운전 교습 강사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게 되고 둘을 폭행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본인은 가구점 직원 미스 리와 바람을 피웁니다. 영호는 미스 리와 고깃집에서 밥을 먹다가 어린아이에게 개처럼 으르렁 거리는 장난을 치다가 아이의 아버지를 보게 됩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영호를 보고 몹시 불편한 사연이 있었던 듯 어색해합니다. 고깃집의 화장실에서 다시 그를 만난 영호는 "삶은 아름답다. 그렇죠?"라며 말을 건넵니다. 이후 집들이 장면에서 홍자의 기도에 견디지 못한 영호는 밖으로 뛰쳐나가 버립니다.
챕터 4. 고백.
민주화 운동이 한창인 봄날 형사 영호는 목욕탕에서 우연히 운동권 수배자의 지인인 운동권 학생을 발견하고, 그를 폭행하고 고문하여 수배자가 있는 곳을 알아냅니다. 이 고문당한 학생이 고깃집에서 만난 남자이고 '삶은 아름답다.'는 말은 학생의 일기에 적힌 글이었습니다. 영호는 수배자를 잡기 위해 군산에 출장을 가고, 그곳이 첫사랑 순임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아는 영호는 옛 감상에 젖습니다. 잠복수사가 길어지고 영호는 여관에서 쉬게 되고 그곳에서 여종업원 경아를 만나 하룻밤을 보냅니다. 경아의 품에 안긴 영호는 첫사랑 순임을 부르며 울음을 터뜨리게 되고 다음날 영호는 넋이 나가 수배자를 보고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동료 형사들은 수배자를 잡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경아는 항구에 서서 영호를 기다립니다.
챕터 5 기도.
영호는 신참내기 형사이고 식당에서 일하는 홍자는 그를 좋아합니다. 영호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며 형사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순임은 영호를 찾아오고 대화를 하던 중에 영호의 손을 보며 착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영호는 보란 듯이 옆에 있던 홍자에게 성추행을 하며 자신의 순수함을 부인하듯 행동합니다. 순임은 눈물을 흘리며 영호가 사진을 찍고 싶어 하던 것을 알고 준비한 사진기를 선물하지만 영호는 순임이 기차를 타고 떠나는 순간 사진기를 다시 줘버립니다. 얼마 후, 동료들과 회식을 하다 나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원을 그리며 빙빙 돌던 영호는 자전거를 몰고 그대로 식당으로 돌진하고 광기가 폭발해 식당을 부시며 행패를 부리고야 맙니다. 그리고 홍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챕터 6. 면회.
순임은 전방 보병사단의 신병 영호를 보러 면회를 오지만 계엄령이 발동하여 만나지 못합니다. 영호는 부대의 긴급 출동으로 정신없이 군장을 챙기다 순임이 보내준 박하사탕을 모아둔 유리병을 떨어뜨리고 박하사탕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영호는 군용 트럭을 타고 출동하다가 면회를 왔다 돌아가는 순임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부대는 밤중에 광주에 도착하고 임무를 수행하던 영호는 누군가가 쏜 오발탄에 군화 쪽을 맞아 다치고 혼자 부대와 떨어져 남게 됩니다. 그후 여고생을 만나게 되고 겁에 질려 집에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여고생에게 영호는 다른 군인들이 보기 전에 도망가라고 재촉합니다. 이때 동료 군인들이 몰려오게 되고 급박한 상황에 의심을 피하고 도망을 재촉하려고 영호는 사격을 합니다. 그러나 총알은 실수로 여고생을 맞추게 되고 여고생은 즉사합니다. 영호는 쓰러진 여고생을 붙들고 슬프게 오열합니다.
챕터 7. 소풍.
야학에 다니는 20살 영호와 순임은 친구들과 함께 계곡으로 소풍을 나왔습니다. 영호는 꽃을 바라보며 순임에게 자신은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순임은 자신은 박하사탕 공장에서 일한다고 얘기해 줍니다. 영호는 순임이 준 박하사탕 하나가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다고 말해 줍니다. 둘은 서로 좋아하기 시작하는 순수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다 영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계곡 주변에 자리를 잡고 누워 어딘가를 응시하게 되고 슬픈 눈물을 떨구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전체적 감상. 우리의 박하사탕이 떨어져 흩어지지 않기를.
이 영화를 보며 우리는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외침과 함께 영호의 기차를 타고 챕터 1에서 챕터 7까지의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호가 왜 다시 그토록 자신의 시간을 되돌리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 절규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렇게 영호에게 주어진 아픈 운명과 그의 행동들을 이해하게 될 즈음에 물가에 핀 꽃을 바라보고 소박한 꿈을 수줍게 말하던 순수한 영호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첫사랑 순임을 만나게 됩니다. 그토록 순수하고 평범했던 청년 영호가 5.18 민주화운동 때 진압군으로 동원되었다가 실수로 여고생을 쏴 죽이게 되고, 그 죄책감으로 자신의 순수한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순수함을 버리고 타락해 가는 장면에서 역사의 비극 앞에 무력했던 한 청년의 아픔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외환 위기로 몰락하여 달려오는 열차를 향해 뛰어드는 장면까지 현대사의 모든 비극적인 단면들이 고스란히 영호의 인생에 담겨 있습니다. 개인의 삶이 역사의 비극에 상처받는 일이 없는 날, 하나의 청춘이 태초의 순수함을 끝까지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느끼게 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전해주었고, 하나하나 모아놓은 박하사탕, 그 박하사탕이 담긴 소중한 유리병이 바닥에 떨어져 박하사탕들이 흩어져 버려지는 일들이 영호와 우리에게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