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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자 할머니의 한글과 시
한글을 나이 일흔에 처음 배운 황화자 할머니의 '시'를 우연히 읽었습니다. 지금은 84세가 되신 할머니. 할머니의 담백한 시를 보니 마음이 살며시 먹먹해졌습니다. 직접 쓰고 그리신 시화를 들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과 꾸밈이 없는 시의 내용이 한동안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습니다. 할머니의 인생과 사랑의 깊이가 느껴져 한동안 시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5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부모님을 도와 밭일과 김 양식을 하느라 못 배웠던 한글. 할머니는 2013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글학교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연필을 잡고 한글을 써보았습니다. 한 자씩 글자를 배워가는 기쁨을 알았습니다. 곁에 있던 할아버지도 그런 할머니의 기쁨을 응원했습니다. 한글을 공부하는 할머니에게 용기를 주고 지지해 주었습니다.
할머니의 오직 한 사람, 할아버지
항상 곁에서 응원해 주던 할아버지가 2018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머니는 그리운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동안 열심히 배운 한글로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담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제목은 '오직 한 사람'입니다.
유방암 진단받은 나한테 / 남편이 울면서 하는 말, // "5년만 더 살어." / 그러던 남편이 /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 손주 결혼식에서 울었다. / 아들이 동태찜 사도 눈물이 났다. / 며늘가 메이커 잠바를 사 줄 때도 / 울었다. // 오직 한 사람 남편이 없어서.
할아버지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할머니가 힘들어할 때, 할머니를 보며 울면서 5년만 더 살라고 이야기하셨었나 봅니다. 사랑의 표현이셨겠죠. 하지만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고, 이제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할머니도 울고 있습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오직 한 사람이 없어 눈물이 난다는 할머니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할머니의 시를 응원합니다
황화자 할머니의 자서전과 일기가 한글학교 30명의 학생들의 작품과 함께 '할 말은 태산 같으나'라는 시화집으로 2021년 발간되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무척 기뻐하셨을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시를 한동안 음미하면서, 할머니의 인생과 사랑을 조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를 쓰시는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마음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글은 지극한 마음이 담긴 솔직한 정성인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인생과 마음이 담긴 소중한 시를 계속 읽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아래에는 제가 읽었던 할머니에 대한 기사의 링크이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이 행복한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