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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1946년작 장편소설.
지중해 남쪽에 자리잡은 크레타 섬이 배경인 작품입니다. 굵직한 선으로 써내려간 카잔차키스 문장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갈탄 광산을 운영하려는 주인공과 그가 고용한 일꾼 알렉시스 조르바가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조르바를 통해 그는 많은 것을 느끼고 알게 됩니다.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
그렇다, 나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작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조르바가 쓰는 단순하고 소탈한 말은 주인공의 복잡하고 미끈한 말과 대비됩니다.
언어, 예술, 사랑, 순수성, 정열의 의미는 이 노동자가 지껄인 가장 단순한 인간의 말로 내게 분명히 전해져 왔다. 나는 곡괭이와 산투리를 함께 다룰 수 있는 그의 손을 보았다. 두 손은 못이 박이고 터지고 일그러진데다 힘줄이 솟아 있었다.
곡괭이와 산투리를 함께 다루는 조르바의 못이 박이고 터진 투박한 손은 진정한 인간의 손이었습니다.
그래서 얻어낸 게 도대체 무엇이오.
조르바는 주인공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이야기 좀 들읍시다. 요 몇 해 동안 당신은 청춘을 불사르며 마법의 주문이 잔뜩 쓰인 책을 읽었을 겁니다. 모르긴 하지만 종이도 한 50톤쯤 씹어 삼켰을 테지요. 그래서 얻어낸 게 도대체 무엇이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에게 강렬하게 건내는 조르바의 질문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마법의 주문이 가득한 책들과 수많은 이야기들. 그것이 당신의 인생과 이어지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종이짝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해보라고 준엄하게 말하고 있습니다.